지난 3월 1일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지원법에 대한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반도체법 (Chips Act of 2022)
미국 반도체법, Chips Act of 2022는 2022년 8월 총 2800억 달러(약 370조 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 법안을 통과했다. 큰 골자는 미국 영토 내에서 반도체 제조 시 지급되는 540억 달러(약 72조 원)의 보조금과 이 지원을 받은 기업은 '미국의 우려국가에 투자 금지'가 적용되는 가드레일 조항이다. 이외에 RnD, 기술이전, 인력양성 등에 1000억 달러가 배정되어 있다.
또한 미국 반도체법 지원금을 받기 위한 재정조항이 존재하는데, '초과 이익 공유 조항'으로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회사는 합의된 한도에서 초기 예상을 초과하는 수익의 일부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즉, 보조금의 75% 한도를 회수한다는 조항이다. 이는 단순히 지원금에 대한 조항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반도체 회사의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지원금이 사용되지 못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가와 회사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다른 조항으로는 '미국 반도체 공장 접근 허용 규정'이 존재한다. 지원을 받은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정부에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에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전망과 영업비밀로 간주되는 공장 생산 정보가 미국 정부에 유출되는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민
미국 반도체법에서 말하는 '미국의 우려국가'는 대표적으로 중국이다. 지원금을 받는 기업은 10년 간 우려국가에서 공동 연구, 기술 라이센싱 활동,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장할 수 없다. 여기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반도체 관련 품목 전 분야에서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 약 32%, 메모리반도체 약 43%, 반도체 장비 약 55%, 소재 약 45%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대표 칩 메이커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생산공장을 중국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의 약 40%, SK하이닉스 D램의 약 40%, 낸드플래시 약 2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두 기업이 중국 공장에 투자한 금액만 어림잡아 70조원에 육박한다.
한국 정부 대처와 반도체 기업 입장
우리나라 정부는 인사를 파견해 국내 반도체 기업 불확실성 심화, 과도한 경영 개입, 중국 내 공장 가동 등의 문제를 미국측에 제기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글로벌을 대상으로 하는 반도체 지원법에 예외가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과 수출이 걸린 사안인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반도체 지원금이 꼭 기업에 유리한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반도체 지원금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어찌 보면 인건비 비싼 미국에 공장을 짓고 운영한다는 게 미국의 높은 제조 비용을 상쇄하는 부분이 크다. 또한 과도한 조항으로 인해 기업의 영업비밀, 기술 유출 위험이 크니 지원받기가 망설여지는 이유이다. 뉴스를 인용하면 미국 외의 다른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 팹을 지어 운영하면 최대 50% 더 저렴하게 운용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 외 국가의 반도체 육성법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민국도 반도체 투자 기업에 최대 25% 세액공제를 주는 법안을 개정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만도 지난 1월에 반도체 회사 연간 연구 개발 비용의 25% 세금 공제와 반도체 공장 구축을 위한 장비 구매의 5% 세금 공제 법안을 발의했다.
유럽도 '유럽 반도체 법'을 통과해 EU국가 내에서 반도체 생산량을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430억 유로(약 60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최종 목표는?
미국의 목표는 미국 상무부 장관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의 연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Semiconductors form the foundation of all advanced technology. The stakes couldn't be higher'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반도체는 모든 첨단 기술의 기반이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Interestingly, manufacturing-not software or algorithms-powered this engine of innovation'
'흥미롭게도 소프트웨어나 알고리즘이 아닌 제조가 혁신의 원동력이 되었다.'
'This manufacturing atrophy has real consequences. It's a threat to our national security'
'제조능력의 위축은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 되었다.'
'I want the United States to be the only country in the world where ~~~ chips will have a significant RnD and high-volume manufacturing presence'
'나는 미국이 첨단 RnD 및 대량 생산 시설을 갖춘 유일의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
이어서 2030년까지의 미국의 목표를 발표했는데,
1.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칩을 설계하고 생산한다.
2. 미국은 대량의 첨단 패키징 기술의 글로벌 리더로 거듭난다.
3. 미국 반도체 제조 팹은 경쟁력있는 첨단 메모리칩을 생산한다.
4. 미국은 경제 및 안보에 가장 중요한 반도체의 생산 역량을 전략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생각해 볼 점
세계 주요 국가가 반도체 지원법으로 자국내로 반도체 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결국 자유무역을 추구하던 WTO 체제가 붕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나오는 반도체 지원법과 같은 보조금은 비관세 무역장벽 중 하나로 작용하기에, 지금까지 WTO 협정에서 수출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보조금은 협정 위반으로 간주해 왔다. 이를 WTO 체제, 자유무역시장을 주도해 오던 서방과 선진국가가 앞장서서 붕괴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반도체 패권,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등으로 더 고착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1980년대 일본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약 50%를 점유했었지만, 미국 반도체 회사들의 덤핑 혐의 제소로 시작해 플라자합의와 1, 2차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일본 반도체 기업이 몰락했다. 이 사례를 보며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업들과 정부가 힘을 합쳐 슬기롭게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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